왕과 비



1. 개관

'용의 눈물'로 재미를 톡톡히 본 K1본부가 여세를 몰아 기획, 방영한 대형 사극입니다. 회수도 엄청나서 용의 눈물보다 더 많은 186회(물론 '태조왕건'의 200회가 있지만)에 달합니다. '용의 눈물'의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그 타이틀 음악과 해설자까지 이어받았을 정도입니다. '장녹수', '조광조'등을 쓴 정하연 작가가 극본을 맡았으며, 이후 K본부 사극의 연출을 도맡게 되는 윤창범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2. 캐스팅

제목처럼 수양대군(세조)와 인수대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걸맞는 배역을 선택했습니다. 수양대군 역은 평소 진중한 역할을 도맡는 임동진씨(이때부터 필자는 임동진씨를 좋아하게 되었다.)가 맡았고, 채시라씨가 인수대비 역할을 맡아 할매 분장까지 하는 투혼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빠지지 않는 중요배역인 한명회 역은 최종원씨가 맡았는데, 정진씨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한명회' 연기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한명회'에 이어서 정태우씨가 두번 연속으로 단종을 연기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개그콘서트에서 그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에 이르죠. 김형일씨와 강인기씨 역시 '한명회'에 이어서 연속으로 '홍윤성'과 '김승규'역을 맡았습니다. 그 외에 김갑수씨(권람), 이정길씨(신숙주), 박진성씨(성삼문), 조경환씨(김종서) 등 중견배우들이 열연을 해주었습니다.

3. 내용

전술하다시피 세조와 인수대비의 일생 전반을 조명한 드라마입니다. 전술한 '한명회'의 시대배경과 거의 비슷(한명회 : 세종 서거~갑자사화, 왕과 비 : 문종 서거~중종반정)한데, 원래의 설정은 이준님의 설명에 의거하면 '성종의 즉위'까지였다고 합니다. 그것이 후속작 '태조왕건'이 늦어지자 길어지게 된것이죠. 약간씩 시간적 텀을 두어서 4기(1기 : 세조즉위, 2기 : 성종즉위, 3기 : 폐비윤씨 이야기, 4기 : 연산군 이야기)에 걸쳐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초반의 내용은 작가가 너무 단종실록의 내용을 충실히(?) 재현한 나머지 수양대군이 선한 이미지로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떡사마가 거기에 반발을 하였는데, 거기에 대해 무려 작가 자신이 또 반박을 하였습니다. (사실 '한명회' 역시 수양대군을 선하게 본 것은 마찬가지...) 사육신 사건 즈음해서 세조에 대한 표현은 180도로 달라져서 조카를 죽인 자책감과 권력에 대한 탐욕이 얽혀서 발광하는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정하연 작가는 평소에 여성 역할을 중시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온 바, 이 드라마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인수대비는 첫회부터 등장하여 감히 시아버지와 독대를 하는 등 중요 역할임을 일찍부터 과시합니다. 하지만 후반기에 들어서 '자업자득'의 꼴이 되고 말죠. 채시라씨는 할매분장을 마다하지 않고 노년연기까지 했는데, 그 투혼은 가상했지만 분장한 모습은 보기가 좀 거북스러웠습니다...

4. 화제거리

(1) 채시라씨의 동생 채국희씨가 김종서의 소실로 등장하였습니다. 이때의 경력을 통해 채국희씨는 시트콤에도 진출하죠.

(2) 워낙 대형사극이다보니, 한 출연자가 하차한 뒤에 터울을 두고 다시 출연하는 경우가 종종 나왔습니다. 송재호씨의 경우, 1회에 세종대왕으로 특별출연을 했다가 후반기에 '홍응'이라는 대신으로 다시 출연했습니다. 이경영씨의 경우는 아주 운명이 기구한(?) 경우인데, 권자신 및 김일손 역을 맡아 무려 두번이나 능지처참을 당합니다. 

(3) 요즘 사극이야 단순히 칼로 베기만 해도 '잔인하다'며 홈피 게시판이 불이 나지만, 이 당시만 해도 효수, 거열, 참형 등 처형장면이 리얼하게 나왔습니다. K1본부에서 마지막으로 효수가 표현된 사극은 '무인시대'였는데, 그나마도 모자이크 처리를...

(4) 전술한대로 원래의 목표는 '성종의 즉위'까지였습니다. 당시는 인기가 저조했지만, 순전히 '태조왕건'이 늦어지는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연장방영을 한 것이었죠. 헌데, 역설적이게도 그 '연장방영' 덕분에 인기가 치솟게 되었습니다. 안재모씨의 연산군 연기가 호응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5) 마지막회에 무려 최강희씨가 '수근비'로 등장하여 연산군의 최후를 지켰습니다. 병중의 연산군이 죽어가며 '容恕'를 쓴 종이들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더라구요. ('장녹수'의 연산군은 '부인이 보고싶다'고 울며 죽었는데...)

(6) 김자원이 꽤 특이하게 죽습니다. 연산군이 전각밖에서 인수대비의 망령을 보고는 칼로 마구 찔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죽은 자는 바로 자원이였다는 식이죠. 김성환표 처선의 최후는 이낙훈씨만큼 임팩트를 주지는 못했습니다.

5. '용의 눈물'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사극입니다. 요즘처럼 트랜디사극이 범람하는 가운데, 왕과 비는 정통사극으로서 우뚝 서있습니다. 저는 가벼운 사극도 가리자 않고 잘 보기는 하지만, 이젠 이런 스케일 큰 사극이 한번쯤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by 김라면 | 2010/05/19 21:20 | 사극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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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대박 at 2011/04/08 23:32
음악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용의 눈물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작당시 IMF 시대라 돈이 없어서 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든 저도 정말 인상깊게 봤던 사극이었어요. 용의 눈물과 더불어 참 명작인데 다시보기도 안되고 아쉽네요. 다시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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