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회



K2본부에서 1994년 1월에 시작하여, 그 해를 꽉 채운 사극입니다. 이 사극으로부터 2~3년간 K2본부의 정통사극 퍼레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물론 인기도 상당하였습니다. 오죽하면 주연 이덕화씨가 여세를 몰아 총선에까지 출마했겠습니까(물론 깨졌지만)?

당시 사극의 평균 회수가 50회 정도였던데 비해, 한명회는 100회가 넘는 편수를 제작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것은 사극의 제작여건이 좋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후로도 찬란한 여명 이전까지는 100회가 넘는 사극은 없었습니다. 이미 '조선왕조500년' 시리즈로 능력을 검증받은 신봉승씨가 대본을 쓰시고, '용의눈물'의 김재형씨가 연출을 했습니다. 출연진을 보자면 주연은 서인석(수양대군)과 이덕화(한명회)입니다. 이 두사람은 이후로도 한동안 여러 사극에 주종관계로 출연합니다(무인시대, 제5공화국 등). 그 외에도 임동진(김종서), 백윤식(성삼문), 김영란(인수대비) 등 당대의 중견배우들이 열연을 보여주었습니다. 참고로, 홍윤성역의 김형일씨는 왕과 비에서도 홍윤성 역을 맡았습니다. 자세한 캐스팅은 추후에 올리도록 하죠.

여러모로 후에 소개할 '왕과 비'와 비교점이 많습니다. 같은 시대를 다루는 사극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한명회는 1450(세종 서거)~1504(갑자사화), 왕과 비는 1452(문종 서거)~1506(중종반정)을 배경으로 합니다. 두 사극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비교 포스팅은 차후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극 초반에는 한명회의 인간적인 모습(변변한 관직없이 설움받는 모습, 처가살이 등)이 잘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수양대군과 조우하고, 그 두사람이 야망(정권장악)을 싹틔우고 실현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표현돼죠. 당시 이덕화씨는 '당나귀귀'라는 한명회의 용모에 맞춰 특수 귀분장까지 하는 고충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극중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김종서, 황보인, 성삼문 등에 대한 표현도 나름의 명분과 카리스마를 부여했습니다(솔직히 왕과 비의 황보인은 너무 무기력했습니다). 왕과 비와 다르게 시간을 워프하지 않고 이어준 것(물론 한명회 사후 곧 연산군 즉위로 워프하긴 함)도 좋았죠. 김시습의 특별출연(?)은 이 드라마의 명장면 중 하나일 것입니다. 마지막회에서 한명회가 지옥(?)에서 핏발선 눈을 하고 당시 세태를 향해 일갈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물론 이덕화씨의 연기력은 한명회를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왕과 비의 최종원표 한명회가 그것을 뛰어넘고 말았기에 너무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에선 비교적 수양대군과 한명회에게 명분을 실어주는 듯한 분위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신봉승씨의 전작 '설중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덕화씨의 연기도 비교적 (수양대군에게)'충직한' 인물로 보이게 됩니다. 물론 능글맞거나 간교한 면모도 훌륭하지만, 그 부분에선 최종원씨에게 한표가 던져집니다.

극의 분위기는 후반으로 갈수록 밋밋해졌습니다. 물론 초반에도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유수의 경우 이현로와의 사원에 의해 계유정난에 합류)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나, 마지막회에 대박이 하나 나왔습니다.
아무리 잘 봐줘도 그 시대 사람이 쎴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글씨...
어쨌든 한명회는 1994년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중 하나였으며, 향후 2~3년간 월화드라마를 사극으로 설정케 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사극 매니아들에게 꼭 보시도록 추천합니다.

by 김라면 | 2010/05/01 19:39 | 사극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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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시민 at 2010/05/01 20:11
백윤식씨가 성삼문 역을 맡았었군요. ㄷㄷㄷ
Commented by 自重自愛 at 2010/05/01 20:50
1. 박팽년 역을 맡은 분 이름이 기억 안 나는데, 하여간 그 분은 <파천무>에서 성삼문 역을 맡았었뜸.

2. 사육신 중 한 사람인 유성원 역은 전두환과 신체 일부가 유사한 것으로 유명한 박용식씨였다능.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10/05/01 22:20
kbs위성에서 방영해줬을때 보고 프라임에서 방영해줬을때도 봤는데 좋은 사극이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억나는 배우라면 이덕화씨나 임동진씨인데..
한명회에서는 김종서 역으로 나오셨는데 왕과비에서는 수양대군(세조)역으로 나오신게 미묘하다고 할까요?
Commented by 정다운 at 2010/06/05 15:04
한명회는 인수대비 결혼부터 시작합니다 1회 인수대비 결혼 2회 세종 서거죠 저는 한명회 후반부를 못봣는데 이민우씨의 연산군사진을 어떻게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정다운 at 2010/06/05 15:04
저는 35회까지만 가지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한상질 at 2010/06/08 08:50
한명회를 미화 시킨 신봉승은 매국 놈보다 더한 놈이다. 역사에서 본 받지 말아야 할 인간을 미화시키는 것은 얼을 말살시키는 짓이다.
Commented by 김라면 at 2010/06/08 12:33
예 예.
Commented by 동부대인 at 2016/08/29 14:25
90년 사극 파천무에서 장나라 아버지인 주호성씨가 참 개성있게 연기를 잘했습니다. 당시 선굵은 수양대군 연기를 했던 유동근의 책사역을 상당히 노련하게 소화했는데 월화사극치고는 남자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습니다.
Commented by 설리 at 2016/12/06 14:39
파천무의 한명회가 가장 인상깊다. 이덕화는 특유의 발성때문에 사실 한명회의 이미지와는 맞지않다.

1. 주호성
2. 최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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